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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레시피에 없었다 제11화 — 그릇 하나의 기억

며칠 뒤.알베르또가 트레일러에 들어오자마자종이봉투 하나를 내밀었다.“선물.”“저한테요?”“아니. 볼로네제한테.”봉투 안에는 작은 그릇 세 개가 들어 있었다.파란색 하나.갈색 하나.꽃무늬 하나.나는 그를 쳐다봤다.“이게 뭐예요?”“엄마가 쓰던 그릇이 이런 거였던 것 같아서.”“그래서 세 개를 샀어요?”“기억이 안 나니까.”당당했다.나는 꽃무늬 그릇을 들었다.“이거?”“아닌 것 같아.”파란색.“이건요?”“너무 파래.”“파란 그릇이니까요.”“엄마 건 덜 파랬어.”나는 마지막 그릇을 내려놓았다.“그냥 기억날 때까지 기다릴까요?”알베르또가 고개를 저었다.“그러다 우리 늙어.”우리는 다시 노마의 노트를 펼쳤다.Ragù alla Bolognese.이번에는 양을 조금씩 바꿔보기로 했다.쇠고기를 볶고,잘게 썬 양파와 당..

사랑은 레시피에 없었다 제10화 — 같은 컵, 다른 맛

다음 날 오후.트레일러에 도착했는데알베르또가 먼저 와 있었다.오늘 그는 밝은 살구빛 니트 폴로에 아이보리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오늘 그 옷 입고 요리하게요?”“왜? 예쁘잖아.”“볼로네제 튀면 안 빠져요.”알베르또가 자기 옷을 내려다봤다.“…앞치마 있어?”나는 웃었다.작업대 위에 노트를 펼쳤다.Le cose che mi hanno salvata.나를 살린 것들.오늘 만들어볼 음식은 볼로네제였다.알베르또가 이탈리아어를 읽었다.“고기 한 그릇.”“한 그릇?”“응.”“어떤 그릇인데요?”“그릇.”나는 그를 쳐다봤다.“그릇마다 크기가 다르잖아요.”“엄마한테는 그릇이 하나였나 보지.”말은 참 쉽게 한다.그 뒤도 비슷했다.잘게 썬 양파 한 그릇.당근 반 그릇.토마토 두 그릇.와인은 작은 잔 하나.이번에는 계량컵보다 ..

사랑은 레시피에 없었다제9화 — 열지 않은 상자

오후 두 시.나는 알베르또 집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저 왔어요.”“벌써?”“두 시예요.”잠깐 조용했다.“아.”“잊었죠?”“아니.”“그럼요?”“샤워를 아직 안 했어.”나는 웃었다.“그게 잊은 거예요.”“십 분.”십오 분 뒤 문이 열렸다.오늘 알베르또는 흰 티셔츠 위에 짙은 초록색 셔츠를 걸치고 있었다.머리는 아직 조금 젖어 있었다.“십 분이라면서요.”“옷 고르느라.”“상자 찾는데 옷도 골라야 해요?”“집에서도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지.”그건 알베르또다운 대답이었다.상자는 생각보다 많았다.책.겨울옷.오래된 접시.사진.세 번째 상자를 뒤지다가 알베르또가 사진 한 장을 들었다.“이거 봐.”“지금 사진 볼 때 아니에요.”“나 스무 살 때야.”나는 슬쩍 봤다.“잘생겼네요.”알베르또가 바로 물었다.“지금은?”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