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 선글라스를 고르다가보영은 선글라스를 사러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정확히 말하면, 살 생각은 없었다.미국에 온 뒤 보영에게는 사고 싶은 것보다 사야 할 것이 훨씬 많았다. 휴대전화 요금, 자동차 보험, 어머니의 약값, 장을 볼 때마다 조금씩 올라 있는 식료품 가격까지.선글라스는 그 목록에서 꽤 아래쪽이었다.그런데 햇빛이 문제였다.한국에서 보던 햇빛과 이곳의 햇빛은 뭔가 달랐다. 하늘은 유난히 파랗고 아름다웠지만, 오후가 되면 햇빛이 눈을 정면으로 찔렀다.결국 보영은 쇼핑몰을 걷다가 안경점 앞에서 멈췄다.“보기만 하자.”요즘 보영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이었다.보기만 하자.가격만 보자.생각만 해보자.그리고 가능하면 사지 말자.보영은 진열대에 놓인 선글라스를 하나씩 살펴보았다.검은색은 너무 평범했고,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