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가게에 나왔다.
이유는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밀가루를 꺼내고,
이스트를 재고,
물을 받았다.
그리고 반죽을 시작했다.
한참 치대다가 손을 멈췄다.
포카치아였다.
“미쳤나 봐.”
어제 분명히 말했다.
안 만들 거예요.
그런데 지금 내 손에는
올리브오일을 잔뜩 머금은 포카치아 반죽이 들려 있었다.
나는 혼잣말을 했다.
“내가 먹으려고 만드는 거야.”
그 말은 꽤 그럴듯했다.
그래서 두 판을 만들었다.
오전 열한 시 십 분.
문이 열렸다.
딸랑.
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누군지 알 것 같았으니까.
“좋은 아침.”
역시 그였다.
알베르또.
“늦었네요.”
말이 먼저 나왔다.
그가 잠깐 멈췄다.
“기다렸어요?”
나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아뇨.”
“그런데 왜 늦었다고 해요?”
“…그냥요.”
그가 웃었다.
그 웃음이 마음에 안 들었다.
정확히는,
조금 마음에 들어서 마음에 안 들었다.
알베르또의 시선이 오븐 쪽으로 향했다.
“무슨 냄새예요?”
“빵 냄새죠. 빵집인데.”
“아니, 그 냄새 말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진열대를 한참 살피더니 말했다.
“포카치아.”
“….”
“만들었네요?”
“제가 먹으려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판이나?”
나는 그를 쳐다봤다.
이 남자,
생각보다 눈썰미가 좋다.
“많이 먹어요.”
“파스타도 많이 먹고?”
“네.”
“빵도 많이 먹고?”
“네.”
그가 웃었다.
“좋네요.”
“뭐가요?”
“잘 먹는 사람.”
나는 괜히 반죽통을 세게 내려놓았다.
“주문하실 거예요?”
“포카치아 하나.”
“안 팔아요.”
“왜요?”
“제가 먹을 거니까.”
그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같이 먹어요.”
“싫어요.”
“어제도 그랬잖아요.”
“뭘요?”
“싫다고.”
“….”
“그런데 오늘 포카치아 만들었잖아요.”
말문이 막혔다.
결국 나는 포카치아를 잘랐다.
딱 절반.
접시에 한 조각을 올려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것만이에요.”
알베르또는 빵을 한입 먹었다.
이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천히 씹었다.
그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어때요?”
나도 모르게 물었다.
그는 잠시 후 말했다.
“엄마가 만들던 것과는 달라요.”
가슴이 조금 내려앉았다.
“그렇겠죠.”
“그런데…”
그가 다시 한입 먹었다.
“이것도 기억날 것 같아요.”
“무슨 기억이요?”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
나는 가게 뒤 작은 테이블에 앉아
어제처럼 파스타를 꺼냈다.
오늘은 볼로네제였다.
알베르또는 아직 가지 않았다.
“또 파스타네요.”
“네.”
“한입만.”
“안 돼요.”
“포카치아 줬잖아요.”
“그건 빵이고 이건 점심이에요.”
그가 의자를 끌어당겼다.
“그럼 내 것도 만들어요.”
나는 포크를 내려놓았다.
“제가 왜요?”
“돈 낼게요.”
“여기는 파스타 가게가 아니에요.”
“그럼 만들면 되죠.”
“뭘요?”
“파스타.”
나는 웃었다.
“어디서요?”
알베르또가 창밖을 가리켰다.
길 건너편에 오래된 작은 푸드트레일러 한 대가 서 있었다.
몇 달째 움직이지 않는 트레일러였다.
빛바랜 흰색 차체.
닫힌 서비스 창.
그리고 앞유리에 붙은 작은 종이.
FOR SALE
나는 피식 웃었다.
“설마.”
알베르또는 파스타를 바라보다가
나를 보았다.
“빵도 만들고.”
이번에는 창밖의 트레일러를 보았다.
“파스타도 만들고.”
그리고 아주 태연하게 말했다.
“둘 다 하면 되잖아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나는 제빵사였고,
저건 낡은 트레일러였고,
무엇보다—
나는 이 남자를 만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포크 끝에 감긴 파스타보다
창밖의 작은 트레일러가 자꾸 눈에 들어왔다.
알베르또가 물었다.
“무슨 생각 해요?”
나는 파스타를 한입 먹었다.
“아무것도요.”
하지만 그날 처음으로 생각했다.
저 창을 열면,
무슨 일이 생길까.
그리고 그때는 몰랐다.
언젠가 그 낡은 창 위에
이런 이름이 걸리게 될 줄은.
AMORE DI PA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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