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소설

사랑은 레시피에 없었다 제15화 — 아무한테나 그러지 마요

heave_ho 2026. 8. 12. 11:15

며칠 뒤.

점심시간이면 서비스 창 앞에
제법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알베르또는 신이 났다.

특히 손님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오늘도 볼로네제?”

“제가 지난번에 뭐 먹었는지 기억해요?”

젊은 여자 손님이 웃으며 물었다.

알베르또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당연하죠. 예쁜 손님은 기억합니다.”

여자가 웃었다.

나도 처음에는 웃었다.

알베르또다운 말이었다.


그런데 다음 손님에게도 비슷했다.

“오늘 머리 바꿨죠?”

“어머, 알아봤어요?”

“그걸 어떻게 몰라요.”

나는 파스타를 담다가 그를 한번 봤다.

그다음 여자에게도,

그다음 여자에게도.

참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손님이 뜸해졌을 때 내가 물었다.

“모든 여자한테 그렇게 말해요?”

“어떻게?”

정말 모르는 얼굴이었다.

“예쁘다, 기억한다, 머리가 달라졌다.”

“좋아하잖아.”

“누가요?”

“여자들이.”

너무 당연하게 말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런데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그래서 아무도 오래 안 남나 보네요.”

알베르또의 웃음이 멈췄다.


나도 바로 후회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나온 말이었다.

알베르또는 아무렇지 않은 척
냄비 쪽으로 돌아섰다.

“볼로네제 더 필요하지?”

“네.”

그 뒤로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일했다.


잠시 후 주문이 들어왔다.

“볼로네제 두 개요!”

나는 파스타를 준비했고
알베르또는 소스를 담았다.

조금 전 서로에게 상처를 줬는데도
손은 너무 익숙하게 움직였다.

그게 더 이상했다.

사람에게는 다정한 음식을 만들면서

정작 우리는 가끔
서로에게 다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