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레시피에 없었다. 제8화 — 처음 난 음식 냄새
다음 날,
알베르또는 약속보다 삼십 분 늦게 왔다.
“어디예요?”
전화기 너머로 대답이 들렸다.
“가고 있어.”
“어디쯤인데요?”
잠깐 조용했다.
“집.”
“집에서 가고 있다고 해요?”
“마음은 이미 출발했어.”
나는 웃음을 참으며 전화를 끊었다.
알베르또는 어제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크림색 니트 폴로에 짙은 바지, 갈색 로퍼.
나는 그를 위아래로 봤다.
“왜?”
“청소하러 오는 사람 옷 같지는 않아서요.”
그가 자기 신발을 내려다봤다.
“이거 좋아하는 건데.”
“오늘 싫어질 거예요.”
낮에 다시 본 트레일러는 더 낡아 보였다.
기름때 낀 서비스 창.
갈라진 실리콘.
낡은 싱크와 선반.
나는 메모장에 적었다.
싱크. 전기. 냉장고. 페인트.
알베르또는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아래는 빨간색으로 하자.”
“지금 물도 제대로 안 나와요.”
“위에는 은색 그대로 두고, 여기 조명 달고.”
“알베르또 씨.”
“왜?”
“청소하세요.”
그가 걸레를 들었다.
“당신은 낭만이 없어.”
“세제로 닦이는 낭만부터 하세요.”
그가 웃었다.
두 시간 뒤,
알베르또의 갈색 로퍼는 검은 얼룩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내가 신발을 보자 그도 내려다봤다.
“아.”
“말했잖아요.”
“버려야 하나.”
“닦으면 되죠.”
“이건 마음의 상처야.”
나는 웃었다.
배가 고파 작은 버너에 냄비를 올렸다.
집에서 가져온 토마토소스와 파스타였다.
“그건 왜 가져왔어?”
“배고플까 봐요.”
“내 것도?”
“원래는 아니었는데.”
“상냥하네.”
“두 배로 먹으니까 그렇죠.”
소스가 데워지자
트레일러 안의 냄새가 달라졌다.
토마토.
마늘.
올리브오일.
조금 전까지 세제 냄새뿐이던 공간에
처음으로 음식 냄새가 났다.
그런데 알베르또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왜요?”
그가 냄비를 바라봤다.
“엄마 생각나네.”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파스타를 건넸다.
알베르또는 한입 먹고 한참 있다 말했다.
“우리 엄마도 음식 진짜 잘했어.”
“파스타요?”
“응. 빵도 만들고.”
“포카치아도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요일마다.”
전에 내가 만든 포카치아를 먹으며
엄마 이야기를 했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았다.
“어머니는 지금 어디 계세요?”
알베르또는 잠시 접시를 내려다봤다.
“돌아가셨어.”
“아…”
“오래됐어.”
너무 담담해서
나는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내가 말했다.
“맛있었겠네요. 어머니 음식.”
알베르또가 조금 웃었다.
“그때는 몰랐어.”
“왜요?”
“맨날 먹었으니까.”
그 말이 오래 남았다.
파스타를 거의 다 먹었을 때였다.
알베르또가 갑자기 말했다.
“엄마가 레시피 적어놓은 게 있었는데.”
“레시피 노트요?”
“응.”
“어디 있는데요?”
그가 잠시 생각했다.
“몰라.”
나는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어디 있긴 있을 거야.”
“찾아보세요.”
“언젠가.”
알베르또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데 트레일러를 나서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안 버렸을 텐데.”
나는 들었지만
못 들은 척했다.
문을 잠그고 뒤를 돌아봤다.
트레일러는 여전히 낡아 있었다.
고칠 곳도 많았고
간판조차 없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그 안에서 음식 냄새가 났다.
그리고 그 냄새 하나가
한 사람이 오래 꺼내지 않았던
엄마의 기억을 데려왔다.
음식은 참 이상하다.
먹으면 사라지는데,
어떤 맛은 사람보다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