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레시피에 없었다. 제5화 — 문을 열어본 것뿐인데
“가서 볼래요?”
알베르또가 말했다.
나는 창밖을 보았다.
길 건너편에 세워진 낡은 푸드트레일러.
앞유리에는 여전히
FOR SALE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싫어요.”
“왜요?”
“관심 없으니까.”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던데.”
나는 그를 쳐다봤다.
“제가요?”
“네.”
“언제요?”
“파스타 세 번 먹는 동안.”
“….”
이 남자는 쓸데없는 걸 잘 본다.
결국 나는 앞치마를 벗었다.
“보기만 하는 거예요.”
“물론이죠.”
“사는 거 아니에요.”
“누가 사래요?”
“그리고 5분만.”
알베르또가 웃었다.
“벌써 규칙이 세 개네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가게 문을 열었다.
딸랑—
이상했다.
매일 열고 닫는 문인데,
그날은 왠지
다른 곳으로 나가는 문 같았다.
가까이에서 본 트레일러는
생각보다 더 낡아 있었다.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졌고
바퀴에는 먼지가 잔뜩 끼어 있었다.
나는 팔짱을 꼈다.
“봐요. 별로잖아요.”
알베르또가 트레일러 주위를 천천히 돌았다.
“괜찮은데요?”
“어디가요?”
“고치면 돼요.”
“돈이 들잖아요.”
“벌면 되죠.”
나는 기가 막혀 웃었다.
“알베르또 씨.”
“네.”
“세상 모든 일이 그렇게 간단해요?”
그가 잠깐 나를 보았다.
그리고 웃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아뇨.”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해보는 거죠.”
나는 더 묻지 못했다.
트레일러 옆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알베르또가 휴대폰을 꺼냈다.
“전화해 볼까요?”
“하지 마요.”
“가격만.”
“하지 말라니까요.”
이미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여보세요?”
나는 그의 팔을 툭 쳤다.
“정말!”
그가 웃으며 나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몇 마디를 주고받던 그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얼마래요?”
그가 전화를 끊었다.
잠시 나를 보더니 말했다.
“생각보다 싸요.”
“얼마인데요?”
그가 가격을 말했다.
나는 다시 트레일러를 보았다.
“…정말 그 가격이에요?”
“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철 덩어리 같던 트레일러가
갑자기 조금 다르게 보였다.
참 이상한 일이다.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렇다.
관심이 생기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트레일러 뒤쪽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알베르또가 손잡이를 잡았다.
“열어봐도 되나?”
“안 돼요.”
철컥.
문이 열렸다.
“알베르또!”
안에서는 오래된 기름 냄새와
먼지 냄새가 섞여 나왔다.
스테인리스 작업대 하나.
작은 싱크.
낡은 선반.
그리고 한쪽 벽에는
닫힌 서비스 창이 있었다.
별것 없었다.
정말 별것 없었는데—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나도 모르게 말했다.
“네?”
나는 작업대를 손으로 쓸어보았다.
“여기서 반죽하고.”
한 걸음 옮겼다.
“여기에는 냉장고.”
또 한쪽을 보았다.
“이쪽에서는 파스타 소스를 만들고…”
말하다가 멈췄다.
알베르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아주 재미있다는 얼굴로.
“…왜 그렇게 봐요?”
“아무것도요.”
“웃었죠?”
“아니요.”
“웃었잖아요.”
“관심 없다던 사람이 꽤 구체적이라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나는 이미 머릿속으로
주방을 만들고 있었다.
알베르또가 서비스 창 앞에 섰다.
“여기를 열면 손님이 보이겠네요.”
그가 잠겨 있던 창을 힘껏 밀었다.
덜컹—
한 번.
덜컹—
두 번.
그리고 갑자기,
쾅.
창이 위로 열렸다.
오후 햇살이 트레일러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창 너머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누군가는 커피를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전화하며 걸었고,
누군가는 바쁘게 길을 건넜다.
평범한 거리였다.
그런데 서비스 창 안에서 바라보니
조금 달라 보였다.
마치—
손님들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여기서 뭘 팔 건데요?”
알베르또가 물었다.
“안 산다니까요.”
“만약에.”
“만약에도 안 사요.”
“그래도.”
나는 잠시 생각했다.
“파스타.”
“하나.”
“볼로네제.”
“또?”
“알프레도.”
“또?”
“라비올리도 괜찮겠네요.”
알베르또가 웃었다.
“벌써 세 개인데.”
“그리고…”
“또 있어요?”
나는 그를 쳐다봤다.
“파니니.”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가게 이름도 정했어요?”
“아니요.”
나는 즉시 대답했다.
그런데 그 순간,
알베르또가 창틀에 기대며 말했다.
“Amore.”
“뭐라고요?”
“Amore.”
“사랑?”
“이탈리아 음식이잖아요.”
그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사랑 정도는 들어가야죠.”
나는 코웃음을 쳤다.
“촌스러워요.”
“그래요?”
“네.”
“그럼 하지 마요.”
“안 할 거예요.”
우리는 트레일러에서 내려왔다.
나는 다시 빵집으로 돌아가려다가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열어둔 서비스 창으로
햇빛이 들어가고 있었다.
알베르또가 내 옆에서 말했다.
“5분 지났어요.”
“알아요.”
“15분 전에.”
나는 그를 노려봤다.
그가 웃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주 조금.
그날 밤.
가게 문을 닫고
집에 가려고 가방을 들었다.
그런데 창밖의 트레일러가 또 보였다.
불도 없는 낡은 트레일러.
나는 한참 바라보다가 혼잣말을 했다.
“Amore는 좀 아닌데…”
잠시 생각했다.
“…Amore di Pasta?”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이상하게 입에 붙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
그리고 불을 껐다.
내가 몰랐던 것은 하나였다.
그날 밤,
길 건너편에 서 있던 알베르또도
그 트레일러를 보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는 휴대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찾은 것 같아.
그게 트레일러를 말하는 건지,
다른 무언가를 말하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